새로 산 구두가 아프게 해서
매일 걷던 길이 늦어지나요
그래요 많이 아파요
구두가 마음을 조여요
새로산 안경이 어지러워서
매일 걷던 길을 낯설게 해요
그래요 어지러워요
안경이 마음을 흐려요
두 발이 젖어 힘겨운가요
살며시 한 발을 그 길 위에
내딛어봐요
두 눈이 젖어 희미한가요
두 눈을 감고 그 길 이를 걸어봐요
쏟아지는 빗속 길을 걷나요
내리쬐는 햇볕 아래를 걷나요
그래요 잠시 멈춰요
바람에 마음이 쉬도록
두 발이 젖어 힘겨운가요
살며시 한 발을 그 길 위에
내딛어봐요
두 눈이 젖어 희미한가요
두 눈을 감고 그 길 이를 걸어봐요
앞이 잘 보이지 않나요
상처가 아물지 않나요
그래도 걸어가야죠
그 길을 따라서 한 걸음 또 한
걸음씩
손 끝에 잡히지 않아도
회색빛 한숨뿐이어도
고인 눈물 닦고
다시 그 길 위를 걸어봐요